나는 올해 40살이다.
그리고 50살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50살에 꼭 퇴사하겠다’는 선언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렇다.
50살이 되었을 때, 회사를 다닐지 말지를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회사에서 나가라고 해서 나가는 것도 아니고, 돈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닌 상태.
다녀도 되고, 그만둬도 되는 상태.
나는 앞으로 10년 동안 그 상태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나는 사회생활과 잘 맞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나는 사회생활과 썩 잘 맞는 사람은 아니었다.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편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것을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사회생활을 못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에 다니고 있고, 그 안에서 내 역할을 하며 살아왔다.
다만 나에게는 꽤 강한 성향 하나가 있다.
내 삶을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욕구다.
내가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하지 않을지.
누구와 시간을 보낼지.
어디에 있을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할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내가 선택하고 싶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 사는 것보다 내 판단으로 결정하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 꽤 개인주의적인 사람일 것이다.
가끔은 이런 내가 이기적인 사람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나는 내 선택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내 마음대로 살고 싶지만, 그 자유의 비용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고 싶지는 않다.
생각해 보면 내가 원하는 독립은 그런 것 같다.
남에게 간섭받지 않는 것뿐 아니라, 나 역시 남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
그래서 돈이 필요했다
나는 돈을 좋아한다.
그런데 내가 돈을 원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좋은 차를 사고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돈이 많으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하기 싫은 것을 거절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의 허락을 구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틀린 선택을 하더라도 그 결과를 내가 감당할 수 있다.
결국 내가 원했던 것은 돈 그 자체보다는 선택권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그 선택권을 가지려면 돈이 필요했다.
회사생활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에는 내가 정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언제 출근할지, 누구와 일할지, 무엇을 우선할지, 내 하루의 대부분을 어디에서 보낼지조차 온전히 내가 결정할 수 없다.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정 부분 내 시간에 대한 결정권을 회사에 넘기는 일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회사에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도 중요했고, 인정받는 것도 좋았다.
그것을 얻기 위해 내 시간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식을 시작한 이유도 결국 비슷했다
몇 년 전, 예상하지 못했던 일로 경제적인 책임이 크게 늘어난 시기가 있었다.
생활비도 필요했고 앞으로 어떤 큰돈이 필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나는 월급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월급만으로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에 뛰어들 수도 없었다.
오히려 그 당시에는 내가 계속 월급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직장은 유지하면서도 자산을 키울 수 있는 방법.
그 과정에서 유튜브를 통해 주식에 관한 온갖 정보를 보기 시작했고, 2020년쯤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경제적 자유나 FIRE 같은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다.
그때는 그저 지금보다 조금 더 안전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돈 때문에 아무 선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돌이켜 보면 그때부터였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돈을 모으고 싶었던 이유는 결국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을 조금씩 늘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내 생각을 더 크게 바꿔 놓은 일이 있었다.
수술을 했다.
이 글에서 병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다만 수술이라는 일을 직접 겪으면서 이전에는 조금 추상적이었던 것을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됐다.
내가 앞으로 언제까지 지금처럼 일할 수 있을까.
당연히 내일도 출근하고, 내년에도 일하고, 몇 년 뒤에도 지금처럼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반드시 당연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이전보다 훨씬 아깝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
경력을 쌓는 것.
예전에는 분명 중요했던 것들이었다.
지금도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그것을 얻기 위해 내 삶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내놓아야 하는지가 전보다 더 크게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 이상한 변화였다.
돈이 중요하지 않아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였다.
시간이 더 중요해지면서 내가 왜 돈을 필요로 하는지가 더 분명해졌다.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내 시간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나는 부자가 되고 싶은 것보다 시간을 갖고 싶은 것에 가까운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무엇을 할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시간.
어딘가에 가고 싶으면 갈 수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흥미가 생긴 것이 있으면 며칠이고 몇 달이고 거기에 시간을 쓸 수 있는 삶.
내 시간을 어디에 사용할지를 내가 정하고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시간을 얻기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먹고살아야 하고,
살 곳이 있어야 하고,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을 때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 경제적 자유는 단순히 많은 돈을 가진 상태와 조금 다르다.
내 시간을 팔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
내가 원하는 것은 어쩌면 그것에 더 가깝다.
혼자였다면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혼자 살아갈 생각이었다면 내가 정한 시점은 50살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45살쯤을 생각했을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훨씬 빨리 회사를 그만두는 선택을 고민했을 수도 있다.
혼자라면 나 한 사람이 살아갈 만큼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결혼을 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기준이 조금 달라졌다.
이제 내가 원하는 자유만 생각할 수는 없게 됐다.
그렇다고 내가 먼저 은퇴한 뒤 배우자가 계속 일하면서 우리 생활을 책임져 주기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배우자가 버는 돈은 나에게 플러스알파일 수는 있지만, 그것 때문에 내가 덜 준비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내 선택으로 회사를 그만두려면 최소한 그 선택의 비용은 내가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 자유롭게 살아갈 정도가 아니라,
둘의 삶을 생각해도 충분히 안정적이라고 느낄 정도까지 만들어 놓고 자유를 선택하고 싶다.
그래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잡은 시점이 50살이다.
왜 하필 50살인가
50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확한 계산 끝에 나온 정답도 아니다.
지금의 나와 내가 원하는 삶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잡은 하나의 지점이다.
앞으로 10년.
그동안 계속 일하면서 자산을 만들고,
투자를 이어 가고,
내가 실제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돈이 얼마인지 알아 가고,
회사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10년 뒤에 정말 충분할지는 아직 모른다.
50살이 되었는데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생각이 바뀌어서 계속 회사를 다니고 싶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예상보다 빨리 선택권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래서 기록해 보려고 한다.
나는 회사를 싫어해서 도망치려는 것일까
나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본다.
그런데 지금까지 생각해 본 답은 조금 다르다.
회사가 싫어서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은 것이라면 아마 지금 당장 그만두는 방법을 찾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반대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한동안 일할 것이고,
가능하면 지금의 소득을 활용해 자산을 더 만들 것이고,
내 선택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정도의 기반을 만들려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하기 싫은 일을 돈 때문에 계속해야 하는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으면 해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
결국 다시 같은 이야기로 돌아온다.
선택권이다.
앞으로 10년
그래서 나는 앞으로 10년을 기록해 보려고 한다.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시작하는 기록은 아니다.
50살에 정말 회사를 그만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10년 뒤에는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도 있다.
투자가 잘될 수도 있고 잘되지 않을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일도 분명 생길 것이다.
그래도 지금의 생각은 남겨 두고 싶다.
40살의 나는 돈 자체보다 내 시간과 선택권을 내가 갖는 삶을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10년을 사용해 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50살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50살에는 회사를 그만둘지 말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보기로 했다.
이 글은 그 10년의 첫 번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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